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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콜라/책

빨강 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by cola_ 2021. 2. 12.

책 제목 : 빨강 머리 앤
저자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옮긴이 : 박혜원
출판사 : 더모던
출판일자 : 2019.5.10.

 

줄거리

 매슈와 마릴린 남매는 집안에 일꾼이 부족하여 열 살 정도되는 남아를 입양해 기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개인의 실수로 여자아이가 입양되었고, 이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는 달리 불같은 성미에 사고뭉치이며 상상을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낭만적인 아이였다. 린드 부인은 마릴린에게 입양 실수를 바로 잡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이라고 했지만, 마릴린과 매슈는 앤이 없던 시절을 떠올리기 힘들만큼 앤을 사랑하게 된다.

 

 

서평

 나는 '빨강머리 앤'을 어릴적 만화책으로 처음 접했다. 그때는 글을 봐도 이해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그림으로 상황을 판단했던 것 같다. 그림 속 마릴린 아주머니는 항상 앤에게 엄하게 구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여태껏 마릴린 아주머니가 악역인 줄 알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앤의 머릿속은 항상 꽃밭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겪는 모든 경험을 가장 숭고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아이였다. 어린 시절 각종 사고를 치면서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해왔기에, 나무의 잔가지를 쳐가며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할 수 있었다. 앤에게 모든 경험은 깨달음의 수단이었던 셈이다. 숱한 실수들로 인해 나쁜아이로 여겨졌던 앤은, 결국 누구보다도 순수한 사고를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어른이 되어가는 앤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마릴린 부인은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항상 수학 공식 처럼 아이를 훈육하려고 애썼고, 조언과 충고에도 교훈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차라리 매슈처럼 잔잔한 반응 한마디가 앤의 정서와 마릴린 모두에게 좋을 뻔했을 것이다. 마릴린이 본인의 습관에 못이겨 앤에게 감정표현 한마디도 못하는 것에 너무 큰 안타까움이 남았다. 

 

 저자의 일대기를 보면 앤과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빨강머리 앤'의 저자인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1874년 프린스에드워드 섬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다른 이의 손에서 컸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 자격증을 따고 교단을 밟는 것도 앤의 모습과 많이 겹친다. 아마 저자도 세상을 다른 사람들과 달리 바라보며 스스로가 위로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앤처럼 끊임없는 몽상에 잦은 실수를 하거나 사고를 치거나, 몽상을 모두 들어주는 다이애나와 같은 친구는 없었을지라도, 보수적인 시대에서 당찬 여성으로 살아나고픈 소망을 '빨강머리 앤'이라는 작품 속에 담은 것 같다.

 

 가장 힘든 시기들을 거치고 꿈을 하나씩 이루어 멋진 여성으로 거듭나는 앤의 모습은 굉장히 이상적이고, 독자에게 꿈을 심어준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든 시간들을 상상으로 극복하는 앤에게 연민을 느끼다가도 앤의 상상이 너무도 밝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상할 정도로 밝고 용기있는 앤 덕분에 따뜻한 위로와 밝은 기운을 얻어가는 것 같다.

 

 더모던 출판사에서 2019년에 새로운 버전으로 출판한 이 책은 애니메이션 '빨강 머리 앤'의 장면들을 담아놓았다. 사실 중간중간 나와있는 그림이 내용을 상상하는 것을 조금 방해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내용을 뒤에 배치하고, 그림을 앞에 배치하는 바람에 의도치 않은 스포일러를 당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애니메이션에 나온 아기자기한 그림들을 함께 보고 싶은 분들, 그리고 '빨강 머리 앤'의 예쁜 책을 소장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책을 권하고 싶지만 오로지 본인의 자유로운 상상으로 앤을 그려나가고 싶다면 다른 출판사의 책을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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