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름 : 눈먼 자들의 도시
저자 : 주제 사라마구
옮긴이 : 정영목
출판사 : 해냄
출판일자 : 1998.12.15.
줄거리
모든 일은 평범한 한 남자가 도로 위에서 눈이 머는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이 마치 우유의 바다에 빠져있다고 생각하였고, 꽉 막힌 도로에 불만을 품고 차에서 내린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를 도와준 어느 남자는 눈이 먼 남자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차를 훔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대로 눈이 멀었다. 첫 번째로 눈이 먼 남자를 진료한 안과 의사도 눈이 멀었으며, 병원 대기실에 함께 있던 사람들 차례차례 눈이 멀어갔다.
눈이 먼 사람들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폐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 의사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을 혼자 보낼 수는 없었기에, 그리고 자신도 곧 눈이 멀 것이라고 예상하였기 때문에 남편이 탄 구급차에 동행했다. 그녀는 그녀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 줄은 몰랐을 것이다. 폭력적인 군의 감시 아래, 사람들이 군인들의 총격에 의해 죽어나가고 본인의 안위를 위해 다른 이들을 해치는 참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본인의 현실이 비극적이라고 느낄수록 그들의 가장 추악한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대가로 스스로 많은 마음, 육체의 짐을 짊어지며 수용생활을 이어나가게 된다.
서평
이 책의 분위기는 비극적이고 어둡다. 눈이 실명되는 전염병이 유행한다는 것은 지극히 환상적이었지만, 실명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이었기에 이 책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이 책에는 따옴표가 없다. 사람들이 말하거나 생각하는 내용들이 따옴표로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책 페이지에는 여백이 거의 남지 않는다. 모든 페이지가 글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기 때문에 다른 책들보다도 읽는데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다.
책을 한 번 훑었을 때, 따옴표로 대사의 구분을 하지 않는다면 가독성이 많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딱히 대사의 구분이 없어서 글을 읽는데 내용이 헛갈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자의 묘사가 비유적인 표현도 많을뿐더러 한 번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몇 있어서 다시 읽느라 드는 시간들이 더 많았다. 묘사가 굉장히 많이 되어있기 때문에 빈틈이 없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에도 구체적인 묘사가 있었고 사람들이 하는 모든 생각에도 적당한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이 '왜?'라고 묻는 질문에 모두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는 책이었다.
많은 묘사로 인해서 그 비극적인 모습들이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의 분위기는 굉장히 비극적이고 어두운데, 안 좋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모습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묘사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치 그들이 겪은 상황을 내가 겪고 있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을 읽는 내내, 심지어 책을 읽고 나서도 감정이 갉아먹혔다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책에서 가장 비열한 역할을 하는 군인과 정부, 좌병동 1호실 깡패들이 죽도록 미웠다. 책으로부터 너무 많은 감정 소모를 해서 피곤하기도 했고, 너무 책에 빠져 읽고 나면 현실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상황에 과하게 몰입한 것이 원인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상황 몰입을 할 수 있었던 건 작가의 매우 구체적인 묘사가 결정적일 것이다.
또 다른 책의 특징은 인물들의 이름이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눈이 먼 사람, 첫 번째로 눈이 먼 사람의 아내, 의사, 의사의 아내, 검은 색안경을 쓴 여자, 호텔 청소부 등, 모든 것은 행태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 가끔 책을 읽다 보면 이름을 묻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앞을 볼 수 없는 우리가 이름을 알아서 무얼 합니까?' 하는 반응이다. 이러한 인물 지칭 방식도 어쩌면 사람들의 좌절감을 나타내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주는 것 같다.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서 생활의 변화를 겪고 있는 시기라서 그런지, 이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눈을 잃는 극단적인 병의 전염도 아니고, 수용자들에게 비인륜적인 행위를 하며 벌레 같은 취급을 하지도 않지만, 감염자와 접촉자를 구분해내어 수용하고 감염자 또는 접촉자에게 사람들이 보내는 두려움의 시선, 혹시나 저 사람들과 내가 접촉했으면 어쩌지? 하는 초조함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일상 속 상황들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쩌면 이 시기가 이 책에 가장 몰입을 잘할 수 있는 시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머리말이나 맺음말은 없지만, 마지막에 작품을 해설해 놓은 내용이 담겨있다. 작품 해설의 초반부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 일대기를 대략 알 수 있으며,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도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조금은 알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평점은 4점이다. 책에서의 상황표현이 굉장히 구체적이고, 모든 행동과 감정에 이유가 있다는 점에서 저자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표현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어떤 묘사는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어서 두루뭉술한 느낌만 가져온 부분들이 몇 있다. 아마 이건 나의 역량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내가 너무 감정을 쏟으며 읽었다는 점도 장점이자 단점이 되는 듯하다. 아무래도 내게는 너무 무겁고 읽고 나면 피곤함을 느끼게 되는 책이었던 것 같다. 이런 점들이 그만큼 작가의 표현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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