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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콜라/책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이도우

by cola_ 2021. 2. 7.

책 제목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저자 : 이도우
출판사 : 시공사
출판일자 : 2016.3.18. (신 버전 기준)

줄거리

 공진솔은 라디오 방송국의 작가로 일하고 있는 31세 여성이다. 그리고 그녀가 새롭게 같이 일하게 된 피디는 입사 5년차 33세 이건이다. 여태만난 글 잘쓰는 피디들은 본인의 입맛대로 진솔의 원고를 트집잡아왔으므로, 그녀는 시인으로서 시집도 출간한 적이 있는 이건 피디의 첫인상이 그닥 고깝지만은 않다. 게다가 첫 미팅에서 건은 진솔의 다이어리에 적혀있는 "연연해하지 말자"라는 글귀를 비웃으며 사사건건 얄밉게 굴었으니 그녀는 건의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지않다.

 이토록 달갑지 않은 사람과의 인연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진솔이 우연찮게 건을 마주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분리수거장에서의 만남을 기점으로 저녁마다 약속을 걸어오는 건의 능청스런 성격에 진솔의 마음은 어느샌가 건에게로 기울었다.

하지만 건의 마음속의 진솔은 그저 좋은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 이 둘의 빗나간 감정들이 설렘, 애절함, 충돌을 불러일으키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서평

 앞서 읽었던 '눈 먼자들의 도시'의 분위기가 무겁고 비극적인데다, 그닥 좋지 않은 상황들까지 겹쳐서 기분을 중화시켜보고자 로맨스소설을 찾았다. 서점에서 마주한 이 책은 너무 예뻤다. 2016년에 신 버전으로 다시 출간하면서 디자인이 바뀌었는데, 분홍색과 하늘색의 그라데이션이 '몽글몽글한 연애소설이에요!'하고 말해주는 듯 했다.

 

 이 책의 첫 출간년도는 2007년이다. 그마저도 2004년에 원고를 완성시킨 뒤 사람들의 성원에 힘입어 3년 뒤에 정식으로 출간한 것이었다. 그만큼 아날로그의 감성이 너무나 잘 뭍어있는 문체였다. 내가 20대 초반임에도 이런 아날로그의 감성이 좋은 이유는 매체의 발달로 더욱 복잡해진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이제는 흔히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격한 느낌의 언어들을 그 시절의 순수함으로 잠시나마 덮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사동의 찻집과 폴더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로맨스의 설렘이 아닌 과거의 풍경으로부터 전해지는 설렘도 느낄 수 있었다.

 

 책에 등장하는 배경은 주로 서울이다. 그 중에서도 인사동의 여러 찻집들이 언급되는데, 작 중 선우와 애리가 운영하는 '비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는 만일 실존한다면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찻집이었다. 비오는 날에만 불을 밝히는 찻집이라니, 별건 없지만 낭만적인 것 같다. 책에 소개된 여러 찻집 중에서 '귀천'이라는 찻집만이 실존하는 듯 했다. 언젠가 한 번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라디오 작가와 피디의 업무가 매우 구체적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는 이도우 작가님의 라디오 작가 경력이 소설 내용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작가실의 모습과 라디오 진행을 하는 모습, 라디오가 진행되는 동안 장비를 만지는 음향피디의 모습 등, 일반 사람들은 쉽게 알지 못하는 라디오 방송국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놓았다.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직업의 모습들이라서 신기하기도 했고, 구체적인 묘사 덕에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소설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책 후반부에 '비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의 비화가 담겨져 있다. 2016년 이후 출간된 신버전의 책에서만 이 내용을 접할 수 있다. 간단한 단편소설처럼 꾸며졌지만, 복선이 하나하나 맞춰져가는 내용이 짜임새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평점은 5점이다. 일단 몽글몽글한 책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너무 마음 속 깊게 파고드는 상황도 없었다. 서정적인 문체와 애틋한 사랑이야기에 담긴 따뜻함이 전해져, 우울감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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