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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콜라/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야마구치 슈

by cola_ 2021. 5. 2.

책 제목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저자 : 야마구치 슈
옮긴이 : 김윤경
출판사 : 다산북스
출판일자 : 2019.1.21.

 

 드디어 이 책의 리뷰를 쓰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가 약 두 달 전이었던 것 같은데 정말 오래도 붙들고 있었다. 그동안 여러 책들을 야금야금 읽어서 완독한 책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덕분에 책 앞부분의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고, 티스토리에 한 달이 넘도록 포스팅을 못했다. 나는 단기간에 하나의 책을 완독하는 편이 훨씬 좋은 것 같다.

 

 

서평

 

 솔직히 여지껏 철학은 진부하고 재미없는 내용들의 집합체라고 여겼기 때문에, 어릴 적 읽었던 철학 만화 이후로 철학 서적을 찾아 읽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나에게 '너 자신을 알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들은 그저 식상한 명언에 불과했다. 그리고 과거 사람들의 사고의 결과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너무 얼토당토않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았기에, 철학에는 평생 재미를 붙일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첫머리에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철학은 '아웃풋'에 기반을 둘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중, 고등학교 윤리 수업에서 배우는 철학은 철저히 아웃풋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과거 철학자들의 사고를 확장하여 혁신을 꾀하려했던 노력들이 우리에게는 그저 미개하고 덜떨어진 사고방식으로 비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저자는 '사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라고 언급하며, 데카르트가 했던 이 말이 중요하구나 하며 넘어갈 것이 아니라 데카르트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있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시간 축으로 철학을 설명하지 않고, 상황을 축으로 하여 철학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실생활에 철학을 녹여내기 때문에 철학을 재미없는 학문이 아닌, 나의 생활에 적용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인식하게 끔 만들어 준다. 때문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여 글을 읽게 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직장인들이 읽게 된다면 더 큰 공감을 곁들여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자는 책의 챕터를 사람, 조직, 사회, 사고의 콘셉으로 나누어 풀어나갔는데, 특히나 '조직' 파트에서는 '뛰어난 리더의 조건',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만 하는 이유' 등 회사 생활을 하며 생각해보았을 법한 내용들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상황을 배경으로 적혀있지만, 우리나라 사회 양상과 비슷하기에 의문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챕터는 '왜 기장이 조종할 때 사고 발생 확률이 더 높을까?' 였다. 부조종사가 조종타를 잡고 있을 때는 상사인 기장이 부조종사의 행동과 판단에 자연스럽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기장이 조종타를 잡고 있을 경우에는 부하인 부조종사가 권력 거리에 의해 걱정되는 점이나 다른 의견을 명확히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호프스테더는 권력 거리가 큰 국가에서는 위와 같이 상사에게 반대의견을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토머스 쿤이 주장하는 패러다임을 일으키는 인물의 특징이 "연령이 아주 낮거나 그 영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사람" 라는 점을 감안하면, 권력 거리가 큰 조직일수록 기술 혁신이 감속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적극적인 의견 수용의 자세가 혁신 리더의 소양임을 시사한다.

 

 흥미와는 조금 별개로 충격적이었던 챕터는 '보이지 않는 노력도 언젠가 보상받는다는 거짓말'이었다.

'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을 세운 멜빈 러너에 의하면 이 세상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보상을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벌을 받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가설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노력 원리주의'(노력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에 사로잡혀있는 경우는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콤 글래드웰이의 저서 '아웃라이어'에 나온 1만 시간의 법칙을 신봉하는데, 각 분야별로 소위 '장인'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은 각기 다르며 세상은 생각보다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술회했다. 뭔가 당연한 말을 들은 것 같으면서도 괜시리 충격을 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인상 깊은 내용의 챕터들이 많다. 원하는 부분만 발췌읽기를 해도 좋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말

안다는 것은 그로인해 자신이 변하는 것이다. - 우에하라 센로쿠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 엘런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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