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데미안
저자 : 헤르만 헤세
옮긴이 : 전영애
출판사 : 민음사
출판일자 : 2020.9.22.
줄거리
어머니, 아버지, 누이들의 아래에서 평화로이 유년시절을 보내던 싱클레어는 프란츠 크로머에게 거짓으로 부풀린 도둑질 이야기로 약점을 잡히게 되면서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한시도 크로머에게서 도망치지 못하던 싱클레어는 막스 데미안이라는 형을 만나게 되어 그로부터 구원받게 된다. 벗어날 수 없던 크로머의 굴레에서 간단히 그를 꺼내주었던 데미안은 또래와는 다른 통찰력과 혜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싱클레어에게 카인과 벨라의 이야기를 자신의 관점으로 새롭게 다시 보여주면서 기존의 관념에 틀어박혀 변할 수 없어보이는 것을, 틀을 깨고 바라보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 일을 계기로 싱클레어는 데미안에게 내심 감사와 동경을 품었지만, 본인의 세계를 평화롭게 유지하고 싶었던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남다른 사고가 자신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것을 거부하며 그와 거리를 두려 노력한다.
하지만 데미안이 카인과 벨라의 이야기를 하며 말했던 이마의 표적 때문인지, 싱클레어는 자신도 모르게 데미안을 그리워하며 자신에게로 데미안을 이끈다. 본인의 가장 비참했던 시절, 그는 베아트리체로 인해 공동체로의 도피생활을 청산하고 베아트리체는 점차 데미안의 모습과 동화되는 것을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 속에 데미안이 존재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대략 중간까지의 줄거리)
서평
책을 다 읽고 난 후, 마음이 뭔가 뭉글해지는 느낌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았다. 사실 데미안을 읽고 큰 재미를 느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데미안은 유명한 세계 문학이었고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나에게는 너무 어렵고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단 이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는 생각만치 어렵지는 않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미안'이라는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대표적인 자전소설이다. 나는 책을 조금 읽은 후에 이 작품이 자전소설임을 알았는데, 가상의 인물 이야기를 이리도 몰입하여 자신의 이야기처럼 꾸밀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웠다. 소설 앞머리에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입장에서 쓴 듯한 작가의 말이 짤막하게 실려있는데, 이 때문에 더욱 자전소설이라는 점을 의심조차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 같다. 게다가 '데미안'에서의 심리묘사는 여타 소설과는 달리 너무도 섬세하다. 물론 자전소설의 특성상 인물의 자세한 심리묘사가 특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떻게 이런 세세한 심리묘사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신기했다.
작품의 내용이 싱클레어의 유년부터 청년까지의 생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기 별로 달라지는 싱클레어의 고민들을 살펴볼 수 있다. '성서의 내용을 멋대로 해석해도 괜찮은가', '왜 성서는 선의 세계만 추구하고, 세계의 다른 일부인 악의 세계는 배척하는가'와 같은 유년 시절의 고민부터 더 나아가서는 단 한 줄의 문장으로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내면의 고민들까지, 상당히 철학적인 물음과 답의 연속이지만 싱클레어가 겪게 되는 다양한 계기로부터의 변화를 보는 것은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투쟁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해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곧 잠언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미안이 또래에 비해 성숙하고 유동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신기해서 책을 읽으며 싱클레어와 함께 그의 비밀을 파헤치고 싶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비밀스러운 인물이었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인 에바부인 역시 데미안과 비슷한 아우라를 띄며 청년 싱클레어에게 새로운 안식처가 되어준다. 싱클레어가 마치 신에게 의지하듯 그들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너무도 납득된다. 소설의 마지막에 두 인물 모두 아무런 연고 없이 싱클레어에게서 사라지는 모습은 비밀스러움의 끝을 맺어주면서 동시에 끝없는 신비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책을 모두 읽은 후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전율, 뭉글함은 그들의 신비로움에서 비롯된 듯 하다.
소설 속 '누구도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나는 매번 나에 대해 정의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항상 실패했고, 결국 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짚어준 것에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싱클레어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았을 때 비로소 데미안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것처럼,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끝없이 탐색하고 완벽히 내가 될 수 있도록 나를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데미안'은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자아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가장 잘 표현한 책인 듯 하다. 시대가 많이 변했음에도 이 책이 사랑받는 이유는 환경과는 무관하게 많은 사람들이 '나 자신은 누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체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다시금 나를 돌이켜보며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근심들에 휩싸일 때마다 생각날 것 같은 작품이다.
+ 21.5.18. )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더 스토리의 데미안 초판본 블랙벨벳 버전을 구입했다. 사놓고 많이 후회중이다. 너무 화려한 외관과 괴상한 표지의 질감이 거북하다. 아무래도 민음사의 버전이 표지도 더 깔끔하고 읽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조만간 다시 팔고 민음사 버전으로 구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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