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저자 : 에쿠니 가오리
옮긴이 : 김난주
출판사 : 소담
출판일자 : 2016.06.20
줄거리
이쿠코, 하루코, 아사코는 한 가정에서 태어난 세 자매다. 평범한 듯 보이는 세 자매들은 사실 그리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근무하는 이쿠코는 인생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찰한다. 본인에게 다가오는 아무 남자들과 밤을 보내고, 자신을 서부영화에 나오는 창부와 같다고 생각한다.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는 하루코는 구마키라는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 감정없는 관계를 맺는다. 아사코는 구니카즈라는 사람을 남편으로 둔 가정주부로서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시도때도없이 화내며 때리는 남편과 살면서도 구니카즈를 위해 정성껏 헌신한다. 사실 구니카즈의 잘못된 사고방식으로 벌어진 폭행도 본인의 잘못이라고 여기며 구니카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남편이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기에 가족과 친구관계가 소홀해졌지만 이를 감수하면서 구니카즈를 사랑한다.
서평
도서관에서 제목만보고 고른 책이다.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라는 제목이어서 힐링물이라고 확신하고 골랐는데, 힐링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세 자매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서술된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맨 처음이 이쿠코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여러가지 생각과 인생에 대한 고찰, 그리고 일기를 매일 쓴다는 점에서 나랑 비슷한 인물이 아닌가 싶었지만 사랑이 궁금해서 고등학생때 공사판 아저씨들과 관계를 맺고 다녔다는 내용에서 크게 다름을 느꼈다. 심지어 친구의 남자친구(미츠오)와도 밤을 보낸다. 이쿠코는 지극히 상황을 단편적으로 생각하여 이 문제를 친구와 미츠오 둘만의 문제라고 여긴다. 초반에는 털털하고 걱정많은 인물인줄만 알았는데, 어딘가 미묘하게 사람들과 다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
특이한 사고방식을 지닌 것은 하루코와 아사코도 마찬가지이다. 하루코의 첫 이미지는 일을 열심히하는 커리어우먼이었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연애와 사랑에 관해서도 효율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람이다. 줄거리에서도 언급했듯이 애인이 있어도 다른 사람과 육체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애인에게 변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마키에게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에서 일반적인 배려와 사랑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었다. 누군가에게 소유되는 것을 싫어하고 본인 위주로 살아가는 모습이 편해보이면서도 부도덕하게 느껴진다.
아사코, 구니카즈 부부는 서로 의처증, 의부증을 가진 듯 했다. 구니카즈가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아사코에게 화를 내는 이유는 아사코가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아사코가 구니카즈의 폭언과 폭행을 감당하면서 구니카즈 곁에 남아있으려 노력하는 것은 구니카즈 곁에 본인이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사코는 이쿠코와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소유되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이쿠코와는 다르게 남편을 향한 집착으로 도드라지게 나타나있다. 세 자매의 일 중에서 아사코의 문제가 가장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소설의 내용에 큰 줄기가 되는 느낌이다.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고 찜찜한 세 자매의 언행들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이쿠코는 옆집 기미짱(이쿠코가 동경하는 옆집 가정주부)의 아들인 마사아키를 남자친구로 삼으면서 '서부영화의 창부'같은 일상에 변화를 주게되고, 하루코는 구마짱과의 이별과정을 통해 '서부영화의 카우보이'같은 생활을 돌아본다. 이 뒤의 내용은 없기 때문에 구마짱과의 관계가 잘 회복된 것인지, 그리고 카우보이 생활을 정리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소설에 나온 하루코의 큰 변화는 돌림노래처럼 반복해온 자신의 연애 습관에 대해 생각해봤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사코는 구니카즈에게 이별을 고했다. 이게 가장 속시원한 변화라고 생각했다. 이쿠코와 하루코의 심리적 문제와는 별개로 아사코는 계약이라는 족쇄를 벗어던진 것이어서 보다 큰 변화라고 생각 한 것 같다. 애초에 구니카즈의 폭력을 견디는 모습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초반부에는 각 인물들의 미묘하게 이상한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재미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끝까지 다 읽지 못할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세 자매들의 일상이 파헤쳐질수록 재미있게 느껴졌다. 사실 아직도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라는 제목과 소설의 연관성에 대해 찾지 못했는데, 저자는 아마도 이런 모순을 생각하고 지은 것이 아닐까 싶다. 2번가 집의 가훈인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와는 정 반대인 삶을 살고 있는 가족이 각자 행복해지는 길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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