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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콜라/책

밝은 밤 - 최은영

by cola_ 2024. 1. 15.

책 제목 : 밝은 밤
저자 : 최은영
출판사 : 문학동네
출간일자 : 2021.07.27.

 

 실로 오랜만에 쓰는 서평이다.

그동안 블로그를 옮길까 생각했지만, 결국 옮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태 잘 적어온 글들이 아쉬웠기 때문에.

 

'밝은 밤'은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24년의 첫 책이라서, 좋아하는 작가님의 추천 책이라서, 애인과 함께 읽은 첫 책이라서, 책의 주인공의 집안이 우리집과 유사한 가정환경을 지니고 있어서.

정말 많은 이유들이 이 책을 읽게끔 이끌었다.

오랜만에 쓰는 깊은 글이다. 거진 2년만에 쓰는 글이기에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들을 고스란히 글에 녹여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재활한다 생각하며 써내려가보려 한다.

 

 

서평

 

 책에서의 화자는 이혼의 슬픔을 겪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연'이라는 인물이다. 지연은 남편의 외도로 인해 원치않은 이혼을 겪어야만 했지만, 가족과 세상은 지연의 편이 아니었다. 가족들은 오히려 사위의 편을 들어줄 뿐이었다.

 

'너가 남편을 잘 간수했어야지.'

'남편의 입장도 생각할 줄 아는 아내가 되었어야지.'

'남편은 지금 얼마나 힘들겠니?'

 

 가족들이 지연을 질타하는 구간에서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저런 집이 있을까? 딸이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했는데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는 가족이라니...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콩가루 집안 같았다. 지연은 자연스레 마음의 병을 가지게 되었다. 나였어도 무너졌을 것이다. 지연의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지는 못할 망정 이혼한 사실을 자신들의 수치로 여기며 딸을 몰아붙였으니 말이다. 소설의 초반부터 지연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지우'라는 좋은 친구가 있었지만, 나는 부모님이 인정해 주지 않는 슬픔을 잘 알고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지 못할 망정,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만큼은 나를 인정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함.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 지연도 그런 간절함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상실감이 동반되었을 것이다.

 지연은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했다. 그녀는 희령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어릴 적 잠깐의 추억들을 만들어 주셨던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작중에서 지연을 위해 뚝 떨어진 천사같은 느낌으로 등장한다. 개성에서 오래도록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자연스레 구사하는 서울말, 지연의 마음을 다 헤아리고 있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다가가되, 결코 선을 넘지 않는 모습. 사실 속으로 현실적이지 못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지연에게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도 생각했다. 지연의 마음의 상처는 정신과 약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지연과 만나는 날마다 종종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지연은 자연스레 증조모의 삶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증조모의 삶은 할머니의 삶과 비슷했고, 엄마의 삶과도 비슷했고, 자신의 삶과도 비슷했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증조모의 이야기는 슬프기도 하지만 흥미롭다. 세월이 지날수록, 가난과 전쟁을 거칠수록,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 현실적이다. 나이를 먹게 되면 원치 않는 이별과 죽음을 겪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중에서도 새비 아주머니와 증조모의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롭다. 이런 관계가 진정한 사랑이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애틋하고, 서로를 보듬어준다. 결국 두 사람이 영원한 이별을 겪어야 할 때에도 슬프지만 살아내는 증조모의 모습. 언제까지나 사람의 이별 앞에서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 가슴에 와닿기도 했다.

 

사랑을 한다면 새비아저씨처럼. 자신만의 삶을 살아낸다면 희자처럼. 사랑과 배려로 사람들과 정답게 살아가고 싶다면 새비아주머니와 할머니를.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싶다면 지연이의 삶을 떠올려보자.

그들의 삶에서 나는 꽤 많은 것을 배웠다.

 

 

오랜만에 쓰는 서평. 힘들다.

글을 쓰는 법을 다 까먹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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